먼저 오늘날 한국에 널리 펴져 있는 성전과 같은 건물 자체는 물론이고, 그러한 성전 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는 결코 바른 교회가 아니라는 것부터 천명합니다. 종교개혁기의 타락한 로마 카톨릭 교회처럼, 성전이나 건물을 교회의 중심으로 삼을 경우 이미 그 자체로서 성경의 교회관으로부터 멀리 이탈한 것입니다. 각설하고, 한국에서 대부분의 교회는 장로교회인데, 장로교인들은 자신들의 신학적 조상을 스위스에서 일어난 종교개혁 운동에서 찾습니다. 당시 새로 출범하고 있었던 신교(Protestant)의 지도자들은 당대 로마 카톨릭 교회의 신조와 관행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이 성경을 올바르게 해석한 데 따른 올바른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기 시작했습니다.
1517년 10월 31일 독일에서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종교개혁은 점차 독일을 넘어 스위스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그즈음 스위스에서는 비록 로마 카톨릭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은 같았지만, 루터의 신학적 사상에 전체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었던 신학자들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들은 개혁자들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루터를 따르는 교회는 예배의식과 성례에 대한 교리에서 어느 정도 로마 카톨릭 교회의 주장을 수용하는 편이었지만, 반면 스위스 제네바의 존 칼빈(John Calvin, 1509-1564)을 따르는 교회들은 성경적으로 정확한 가르침만을 수용했습니다.
당시 루터는 ‘성경이 반대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인다’는 입장이었지만, 칼빈은 ‘성경이 찬성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루터와 칼빈 두 사람 모두는 위대한 개혁자였으나, 특별히 예배의식과 성례에 대한 견해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개신교 세계는 두 진영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는데, 그때 이후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각기 루터교회(Lutheran Church)와 개혁교회(Reformed Church)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위스 개혁교회 진영은 다시 크게 개혁교회(Reformed Church)와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로 구분되게 되지만, 이 두 교회는 단지 서로 이름을 달리하고 있을 뿐이지 사실은 같은 형제 교회입니다.
칼빈의 주도적인 해석에 따른 신앙교리와 교회생활의 전통을 따르는 진영에 대해 일반적으로 개혁교회(Reformed Church)라고 부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칼빈에게서 배운 사람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서 세운 ‘프랑스 개혁교회’가 최초의 개혁교회로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1559년). 이어서 유럽 대륙을 벗어나 스코틀랜드에 정착하게 되는 개혁교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감독에 의한 교권정치가 시행되던 데 반대하고, 장로회의에 의한 교회정치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라는 이름을 취하게 되었습니다(1560년).
스코틀랜드에 생겨난 장로교회는 제네바의 신학자 칼빈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존 녹스(John Knox, 1514-1572)와 그를 뒤이은 앤드류 멜빌(Andrew Melville, 1545-1622)의 개혁에 힘입어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장로교회는 잉글랜드에서 진행된 국가교회(성공회)의 개혁에도 공헌하게 되어, 웨스트민스터 회의(Westminster Assembly, 1643-1649)에 대표단을 파송하여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고, 아일랜드에도 장로교회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17세기 이후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지로부터 많은 장로교 신자들이 신대륙 아메리카로 이주하게 됨에 따라, 미주 지역 여러 곳에도 장로교회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한편, 유럽 대륙에서 일어난 개혁교회는 주로 스위스, 독일 라인강 유역에 위치한 지역 및 헝가리 등지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가장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곳은 낮은 땅의 나라 네덜란드였습니다. 당시 스페인 지역은 카를 5세(Karl V, 1500-1558)와 그의 아들 펠리페 2세(Felipe II, 1527-1598)가 다스리고 있었는데, 네덜란드 국민들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신앙을 강요하는 이들의 학정에 맞서 정치적 신앙적 자유를 위해 피 흘려 싸웠고, 마침내 개혁신앙을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16세기 하반기에,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에 근거한 개혁교회가 네덜란드에 세워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들 개혁교회 신자들 역시 17세기 초부터 신대륙 아메리카로 이주하여 개혁교회를 세웠고, 이렇게 해서 미국에는 자연스럽게 장로교회와 더불어 개혁교회도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이들 개혁교회는 주로 ‘벨기에 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문답’, ‘도르트 신경’을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반면 장로교회는 주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웨스트민스터 대신앙고백문답’ 및 ‘웨스트민스터 소신앙고백문답’을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유럽 개혁교회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대됨에 따라, 장로교회에 비하면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이제 한국 땅에도 개혁교회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그러할 때에 본래의 신학사상이 개혁교회의 그것과 같다는 데 근거하여 ‘개혁장로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교단이 생겼는데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렇게 장로교회와 개혁교회 양측의 교회는 사실상 신앙고백과 교회정치 면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기반 위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백 년 동안 각기 다른 역사적인 배경과 환경 가운데서 발전해왔기 때문에, 원리를 지키고 적용해 가는 실천신앙의 측면에서는 나름 고유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장로교회는 대체적으로 정통 개혁신앙을 많이 벗어나 있는 형편인데, 심지어 본래의 개혁된 교회로서의 장로교회의 모습은 사라져 버리고, 성전이라고 하는 건물 중심의 교회가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이신칭의 교리가 신앙주의로 변질됨에 따라, 거의 ‘사이비 종교단체’ 수준으로 진리에서 벗어난 겨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무엇인지 잘 배워서 헛된 신앙생활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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