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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신앙고백문답 설교


지난 번에 칼빈이 영국의 에드워드 6세(Edward VI, 재위, 1547-1553)의 섭정인 서머싯 공작(Duke of Somerset [에드워드 시모어, 1506?-1552])에게 거의 논문에 가까운 편지를 보내어, ‘신앙고백문답을 작성하여 가르치시라!’고 힘주어 강조했다고 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이것은 현재까지 발견된 칼빈의 편지들 중에서 내용이 가장 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만큼 유익한 주옥 같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의 말을 직접 인용해보겠습니다.


“시모어 경, 제 말을 믿으십시오. 신앙고백문답(catechism)이 없이는 주님의 교회가 보존될 수 없습니다. 신앙고백문답은 마치 좋은 씨앗이 시들지 않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 번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 이것은 우선 모든 사람들에게 입문서의 역할을 하여 설교의 내용에서 유익을 얻도록 하며, 또한 어떤 뻔뻔스러운 자가 이상한 교리를 내 놓아도 그것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교구 목사들이 이 신앙고백문답을 서면 양식으로 보관하게 하면, 무지하고 결핍된 자들을 가르치는 데 사용할 뿐 아니라, 교회들 사이에 나타난 일치와 합의를 보여주기에 좋을 공동의 약속이 되어 서로 잘 따르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일은 시행하면 좋다는 정도의 일인 것이 아니라 진실로 필수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오로지 자신만의 헛된 환상에 도취되고 싶어하는 자들이 어떤 기이하고 그럴듯하게 꾸며진 교리를 가져오지 못하도록 아예 근원에서부터 저지함에 있어서, 그리고 그러한 자들에게 망신을 주는 데 있어서 신앙고백문답이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개혁자 칼빈의 사상에 따라 개혁된 교회가 지켜오고 있는 특별한 장점 가운데 하나로 신앙고백문답 설교(Catechism Preaching)를 들 수 있습니다. 목사는 매주일 하는 두 번의 설교 가운데 오후에는 필히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문답(Heidelberg Catechism)을 순서에 따라 설교하게 됩니다. 이 신앙고백문답서도 개혁된 교회의 신앙고백문답 구성의 전통에 따라 사도신경, 세례, 성찬, 십계명, 주기도문의 해설로써 진행됩니다. (참고로 웨스트민스터 소신앙고백문답의 경우 사도신경을 생략한 점은 유감이고, 이로 말미암아 발생하고 있는 중요한 결핍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하겠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문답은 총 129문답이며, 전체 내용을 52개 부분으로 나누어 매주 한 부분씩 설교하여 일년에 마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목사의 입장에서 신앙고백문답에 따른 설교의 매년 반복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난 해에 했던 내용을 단순히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상당수의 성도들이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으므로, 목사는 같은 문답을 가지고 지난해와는 구별된 새로운 내용으로 설교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목사는 더더욱 성경을 연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목사 직분자는 학자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도 교회에 제정된 박사(교사)의 직분을 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냥 ‘목사’라고만 하지 않고 ‘목사요 학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신앙고백문답 설교 및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얻는 유익은 가히 절대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성도들이 영생의 양식을 편식 없이 골고루 섭취하고, 구원의 도리에 대하여 깊이 있게 잘 배우게 됨으로써, 어떻게 감사의 생활을 해야 될지도 잘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배우는 과정에서 역사적 개혁파 교회의 전통과 정통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됨에 따라, 시대마다 사탄이 퍼뜨리는 이단이나 이설들에 결코 미혹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실로 개혁된 교회 신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확고부동하고, 나아가 개혁된 교회의 성도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늘날 서구의 개혁된 교회들 중에서도 세속 교회를 따라가는 경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기네 숫자가 적다는 데서 스스로 시험에 빠져 인본주의 교회들의 성장을 곁눈질 하면서 조금씩 따라가는 모습인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교회가 유행신앙이라는 것을 추구하게 되면 사실상 교회의 생명은 끝났다고 보아야 합니다. 신앙고백문답 설교와 교육을 포기하는 일이 많아지고, 심지어 예배조차도 일종의 쇼처럼 전락함에 따라, 사실상 ‘호박에 줄 친 수박’ 격으로 겉모습만 교회인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교회에서의 신앙고백문답 설교 및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앙고백문답을 반복적으로 학습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깨달아야 합니다. 이것은 암송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히 반복한다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신앙고백인 것이요, 그에 대한 ‘자기 점검’과 ‘자기 교정’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즉, 어떤 특정한 내용과 관련하여, 1년 전에 고백한 사실이 지금 현재까지도 확실한 생명의 도리로서 자신에게 역사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하는 말입니다.


지난 번에 본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장로교회의 특징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소신앙고백문답(웨스트민스터 전통)에서 찾아지고, 개혁교회는 벨기에 신앙고백과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문답 및 도르트 신경(도르트 전통)에서 찾아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둘 간에 우열을 부여해서는 안 되고, 또한 어느 한 쪽만 선호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성경의 어느 특정 부분이 우열이나 선호의 대상이 될 수 없듯이, 역사적 개혁파 교회가 창설되면서 작성된 신앙고백문답 역시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모름지기 개혁된 교회라면, ‘웨스트민스터 전통’과 ‘도르트 전통’을 모두 계승하는 것이 옳고, 더 나아가 제네바 신앙고백, 제네바 신앙교육서, 제네바 교회 신앙고백문답 등의 ‘제네바 전통’과 프랑스 신앙고백, 스코틀랜드 신앙고백, 제 2차 스위스 신앙고백 등의 ‘개혁교회 시작의 전통’ 등도 함께 계승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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