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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설교 ②

최종 수정일: 2023년 8월 11일

교회의 타락은 일차적으로 설교의 타락을 의미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설교 내용과도 관련되지만, 설교자의 자격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난 번에 설교자의 합당한 자격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그리고 설교 행위는 전적으로 예배라고 하는 틀을 전제한다는 데 대해서 살펴 보았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중요한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현실은 이 원칙에 상당히 위배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다른 각도에서도 이 문제를 좀더 심층적으로 다루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교는 원칙적으로 목사만의 권한이요 의무입니다. 개혁된 교회에서는 합당한 자격을 지닌 목사가 선포하는 설교만을 참된 설교로 간주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제아무리 성경을 잘 알고, 신학적인 지식이 깊다 할지라도, 일단 노회에 의해서 정식으로 인정된 목사가 아니라면 그는 설교자가 아닙니다.


일례로 아직 신학교에 재학 중인 목사 후보생임에도 불구하고 열심이 지나쳐서 자의적으로 교회를 개척하고, 예배를 인도하며 설교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은 것이 한국 교회의 현실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는 역사적 개혁파 교회가 제정한 질서를 거스르는 불법입니다. 열심이나 순수성만 앞세우면 다 된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합니다. 교회 형편상 설교자가 아닌 사람이 설교단에 서게 되는 경우가 아예 없을 수는 없습니다. 가령 합당한 간증의 경우 또는 신학도의 자격이지만 노회의 허락 하에 강단에 서는 경우 등인데, 그럴지라도 그것은 설교가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교훈의 말(Edifying words)’입니다.


목사의 선포 행위만을 설교로 취급하는 것은 철저하게 개혁주의 전통에 따른 것입니다. 개혁된 교회의 입장에서 교회의 참된 표지 가운데 첫째가 ‘순수한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입니다. 이 원리는 스코틀랜드 신앙고백(The Scotch Confession, 1560) 제18조와 벨기에 신앙고백(Confessio Belgica, 1561) 제29조에서 교회의 신앙으로서 고백하고 있는 바대로입니다.


그러면 설교란 무엇입니까? 제2차 스위스 신앙고백(The Second Helvetic Confession, 1566) 제4조를 살펴보면, 하나님께서 친히 세우신 당신의 종을 통해서 당신의 말씀을 선포하시는 것을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교회에 베푸실 때에 친히 세우신 종, 즉 목사로 하여금 예배 형식을 통해 입을 열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청중은 목사의 설교를 결코 사람의 말로 들어서는 안 되고, 필히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사도 바울이 “이러므로 우리가 하나님께 쉬지 않고 감사함은 너희가 우리에게 들은 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때에 사람의 말로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음이니 진실로 그러하다 이 말씀이 또한 너희 믿는 자 속에서 역사하느니라”(살전 2:13)라고 한 바와도 같습니다.


개혁된 교회가 설교에 대해 이런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목사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가 결코 아니고, 그 반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철저하게 잘 받들기 위한 목적에서 입니다. 그러므로 설교자를 양육하여 배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시종일관 성경의 원리와 정신에 따라 진행합니다. 즉, 철두철미 노회의 주관 하에 진행함으로써 목사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특히 요즈음처럼 총회나 노회의 관리를 벗어나, 세속 교육 제도에 더 집중하고 있는 사설 신학교들이 난무하는 때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목사가 정통성의 옷을 입고 설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회의 공적인 부름을 받아야 합니다. 아울러 설교자는 자신이 선포하는 바대로 믿음과 행위에서 항상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신앙고백 실천’과 ‘교회질서 준수’의 양면 모두에서 흠이 없어야 합니다. 이것을 보증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현재 그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 생활을 관찰 및 감독하고 있는 좀더 넓은 의미의 교회, 즉 노회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설교자는 노회로부터 합당한 자격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그에 따라 실제로 한 지역 교회를 전담하는 식으로 교회의 합법적인 부름에 응해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목사는 다른 누구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에서 한 지체로서 정확하고 뚜렷하게 서 있어야 합니다. 행여라도 지역 교회를 이루고 있는 실제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면, 그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 목사의 자격을 상실한 것입니다.


끝으로, 설교자는 자신이 선포하는 말씀이 사실상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원리에 따라, 크나큰 책임의식 하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직책을 수행해야 합니다. 행여라도 자기의 종교적인 신념이나 신앙적인 체험을 설교해서는 안 됩니다. 성경에 계시된 대로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을 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혁된 교회가 공적으로 고백하고 있는 제반 신앙고백의 사상에 스스로 구속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구속 하에서 목사는 매주의 설교를 준비하는 일에 온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 일상의 삶을 경건하게 유지하면서, 한 말씀 한 말씀을 해석하고 적용하기에 매우 섬세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거나 즉흥적으로 설교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더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은, 청중으로부터의 호응이나 박수 갈채를 받으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적 상황처럼 소위 ‘히트치는 설교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거나, ‘설교의 귀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거나, 자신의 설교를 추종하는 ‘오빠 부대’가 형성되어 있다거나 등등의 모습은, 자신이 이미 타락한 설교자로 전락한 증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설교자는 항상 일차적으로 ‘자신이 연합되어 있는 교회 속에서의 설교자’여야 하기 때문이고, 자신의 모든 설교는 교회 지체들의 영적 건강을 위한 양식으로서 효력을 내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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