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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된 교회의 혼인식


개혁된 교회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교회 중심의 생활입니다. 그러므로 개혁된 교회에서는 가정을 시작하는 첫 출발인 혼인식부터 철저하게 교회 중심적으로 진행합니다. 혼인이 법적으로는 당사자들과 부모와 국가의 소관 아래 있으나, 정작 모든 진행에는 교회의 당회가 혼인의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결정되고 진행되도록 세밀히 지도합니다. 먼저, 당회는 혼인하겠다는 의사를 받게 되면, 공식적으로 대표를 양자의 가정으로 파송하여 혼인에 대한 동기, 목적 등에 대하여 살핀 후 그들의 청원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혼인 예식은 항상 예배에 준한 분위기 속에서 교회당에서 거행됩니다. 요즈음 신자들의 혼인이 예식장이나 호텔 같은 곳에서 거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실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본디 혼인의 전통은 각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가령, 화란 같은 나라에서는 법적인 효력을 나타내는 혼인 예식은 시청에 마련되어 있는 식장에서 국가의 명을 받은 법적 주례자에 의해 행해지고, 예식을 마친 후 바로 교회로 와서 당회와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 가운데 목사의 인도로 예배를 드림으로써 혼인을 확정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하지만 예배의 하나님 영광 절대주의를 고려하게 됨에 따라, 시청에서 행한 혼인식을 그 다음 주일 예배시에 교회에서 확인하고 하나님의 축복을 비는 형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혼인을 주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목사가 주례한 혼인만이 합법적인 것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호주의 예를 살펴 보면, 법무장관이 발행하는 주례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목사가 주례를 합니다. 따라서 목사라 할지라도 이 자격증이 없으면 주례를 맡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혼인 신고의 확정도 주례한 목사가 예식이 끝난 후 즉각 확인서를 소속 관청에 보냄으로 확정됩니다. 이는 비록 목사가 교회의 혼인 예식서를 따라 예식을 주례하지만, 법적으로는 국가의 공무를 위촉받아 수행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혼인 예식은 전통적으로 가족 간의 행사로 여겨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혼인 신고를 받는 것으로 만족하고, 교회도 혼인 예식을 교회의 독점적인 의식으로는 여기지 않는 실정입니다.


혼인의 기원은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것이므로, 하나님의 자녀다운 각성과 절차 속에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철두철미 교회 공동체라고 하는 분위기 속에서 거행되는 것이 옳습니다. 무릇 한 지역의 기독교회는 신실한 가정들이 모여서 공동체 교회를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가정에 대해 교회의 분자 또는 지체라고 칭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생명에 연합된 신실한 가정과 지체들이 모여서,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들어 나가는 데서 하나의 정상적인 교회의 정체성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개혁된 교회들은 혼인 문제를 아주 신중하게 다룹니다. 따라서 개혁된 교회는 신앙고백서(장로교회)와 교회법(개혁교회)을 통해서 혼인의 신성성을 선포함으로써 혼인의 성결성 보호를 교회의 사명으로 선포합니다.


요즈음 세속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혼인을 축하하는 명분으로 돈봉투를 건네고, 그에 보답하는 의미로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상당히 비즈니스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것을 봅니다. 대부분의 교회들도 이런 흐름에 편승하는 경향이어서 전반적으로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혼인의 정신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옛적부터 내려온 폐습입니다. 유럽의 경우 당시의 로마 카톨릭 교회가 혼인을 성례로 여겨 전적으로 교회 성직자의 전권 아래 이를 주관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원칙이 없었으므로 온갖 부패가 교회 안에 난무하게 되었습니다. 칼빈이 제네바에서 개혁을 시작할 때에 네 가지 시급한 개혁안을 제시했는데, 곧, 주님의 만찬의 매주 실시, 시편 찬송의 도입, 신앙고백문답 교육 시행 등과 더불어 이 혼인 예식의 개혁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종교개혁 이후 개혁된 신앙이 정착된 세계에서는 혼인식 모습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개혁된 교회는 혼인을 성례로 보지 않을 뿐더러 정치와 교회의 분리 원칙을 생각하여, 혼인에서의 법적 문제는 국가의 소관 사항으로 보았습니다.


개혁된 교회에서는 혼인 예식 문제를 법적인 차원에서는 국가에 속한 것으로 보지만, 목자적인 감독 차원에서는 당회가 공식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교회정치에 따르면, “당회는 교회 회원들이 오직 주님 안에서만 혼인하도록 하고, 당회의 권위로서 목사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일치되는 혼인에서만 예식을 거행하도록 해야 한다. 혼인 서약은 사적인 예식이나 공적인 예배시에 시행한다. 혼인 예식을 위해서는 채택된 예식서가 사용되어야 한다63조)”라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당회는 교회의 지체들이 오직 주 안에서 하는 혼인에 대해서만 목사가 주례하도록 허락합니다. 당회는 혼인식 서너 주일 전에 교회에 다음과 같이 광고를 합니다. “당회는 성도남 군과 성도녀 양이 하나님의 법을 따라 혼인하려는 의사를 알려왔음을 공포합니다. 이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거룩한 혼인 생활을 시작하고 주님의 영광을 위해 끝까지 완수하기를 원합니다. 법적인 반대가 제기되지 않으면, 예식은 5월 20일에 거행하게 될 것입니다.” 별 이상이 없으면, 공포된 날짜에 혼인식을 거행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당회원이 꼭 참석하게 되어 있습니다. 혼인예식은 일반적으로 토요일 오후에 거행되지만, 부득이 한 경우 공휴일에도 거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혼인식을 예식장이나 호텔에서 하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혼인 예식의 장소는 언제나 교회당입니다. 일반적으로 예식을 마치면 바로 교회당 별관에서 참석한 성도들과 친지들이 축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주인공들과 양가의 부모님들이 축하의 악수와 덕담을 나누게 되며, 하객들은 간단한 다과와 음료수를 들면서 교제의 시간을 갖습니다. 한국의 경우처럼 축의금을 받는 경우는 없고, 혹 친족이나 친구가 선물을 하는 일이 있지만 이마저도 공개적으로 접수하지 않고, 다만 개인적으로 은밀히 주고 받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하객들은 부담 없는 마음으로 혼인식에 참석하여 축하해주게 됩니다. 혼인식 날 밤에는 가족과 아주 가까운 친지들만이 모여 정찬을 들면서 의미 있게 준비한 순서를 진행하면서 자축의 시간을 갖습니다. 신랑 신부는 다음 날의 주일 예배에 참석한 후 월요일에 신혼 여행을 떠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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