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된 교회 성도들의 신앙 생활의 특징은 ‘가정 중심의 신앙생활’,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이 확실하다는 데서 찾아집니다. 부모와 자녀 등의 가족 전체가 함께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여 같은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듣습니다. 한 입으로 찬송하고 기도하고, 한 마음으로 신앙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교우들과 함께 사랑의 만찬을 나눌 때에도, 우리 주님 안에서 새롭게 형성된 가족이므로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같은 주제로 말씀을 나누고, 주님을 높이는 대화도 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언약에 근거한 가정 생활 중심과 교회 생활 중심은 개혁된 교회의 아름다운 특징입니다.
그러므로 개혁된 교회의 예배에 처음으로 참석하는 외부 교인들은 자기네 교회에서는 별로 못 보던 모습이라고 생각되어 깊은 감명을 받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감명 깊은 것은,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주일 예배에 참여하는 모습이고, 게다가 좌석에도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개혁된 교회에서는 주일에 어린아이들만을 따로 모아서 드리는 예배가 없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청소년 예배도 따로 드리지 않습니다. 즉 교회의 공적 예배를 부모들 따로 자녀들 따로 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들은 기본적으로 함께 공예배에 참석합니다. 청소년들이 따로 모이는 것은, 예배가 아닌 주중의 성경 공부반이나 청소년 모임 등에서 입니다.
개혁된 교회에서는 가족을 위한 좌석이 정해져 있습니다. 연말이 되면, 자신들이 원하는 좌석을 신청 하라면서 교회의 모든 가정에게 기회를 줍니다. 교회는 받은 신청서에 따라 각 가정에 좌석을 배정해 줍니다. 개혁된 교회가 가족석을 별도로 갖는 것은 두 가지 큰 장점 때문입니다. 첫째는,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부모와 자녀들 간의 결속력을 재확인하게 되면서 더더욱 일체감을 갖게 되는 것이고, 둘째로는 목사와 장로들이 각 가정의 공예배 참석 현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목자적 관리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손님으로서 교회당을 찾아오는 신자들이나 홀로 찾아 나온 구도자들을 배려한 여분의 좌석도 지정해 놓습니다. 통상 전도를 받아 나오는 구도자들은 보통 자신을 인도한 가족과 함께 앉습니다. 개혁된 교회의 안내자들은 언제나 정장한 모습으로 손님이나 새로운 분들이 방문하면,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지정되어 있는 좌석으로 인도합니다.
개혁된 교회에 속한 가정들은 어린아이가 유치원에 갈 수 있을 만큼 성장하게 되면 부모와 같이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합니다. 세상 교육 철학에 근거한 소위 ‘눈높이 교육’보다는 말씀을 도구로 쓰시는 ‘성신의 능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은 어린아이들을 자기들 가운데 앉혀 예배를 드리게 하면서, 예배 도중에도 부지런히 주의를 기울여 아이들의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감독합니다. 사실 성인 대중을 상대로 한 것이므로, 목사의 설교는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된 교회의 어린아이들은 부모의 관리 하에 하나님의 말씀을 공손히 듣고 배우는 습관을 그렇게 어릴 때부터 키우는 것입니다. 필요한 경우 예배에 일종의 훈련이 개입될 수 있는 정당한 경우이겠습니다. 그래서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설교의 제목만큼은 늘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초등 학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은 설교의 제목, 대지 및 내용의 줄거리를 대강은 기억하게 됩니다. 물론 어른들도 예배시에는 옆 사람과 잡담을 한다거나, 존다거나, 기타 불필요한 행동을 절대 금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일찍이 이스라엘 부모들에게 자녀를 부지런히 가르치되 “집에 있을 때에든지 길에 행할 때에든지 누웠을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하라”(신 6:7)고 하셨습니다. 이 일의 가장 효과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은 예배 설교를 중심 주제로 삼음으로써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개혁된 교회 신자들의 각 가정은 주로 예배 후 귀가하여 식사를 위해 온 가족이 둘러 모였을 때에, 그날 설교의 성경 본문을 읽는 것을 통하여 온 가족이 다시 한 번 말씀을 음미하고, 최종적으로 기도로 마치는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때에 아버지는 가정의 머리로서의 책무에 최선을 다함으로, 항상 자녀들의 상태를 점검하는데, 구체적으로 그날 들은 설교의 제목, 내용 등등을 물어봄으로써, 설교를 잘 듣고 이해했는지를 점검합니다. 자녀들은 이 물음에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기 위해서도 설교를 잘 듣게 되는 것입니다.
개혁된 교회의 생활에서 한 가족은 하나님의 언약을 누리고 사는 교회의 기본단위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즉 가족은 전체 교회를 구성하는 작은 분자인 것입니다. 믿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은 영원한 기업을 약속 받은 언약의 상속자들로서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하나님은 일찍이 아브라함에게 “내가 ...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창 17:7-8)라고 하셨습니다. 개혁된 교회의 신자들은 이러한 믿음의 반차를 좇는 아브라함의 후손들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언약은 믿는 부모와 그들의 자녀들에게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나님은 부모들의 하나님일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하나님도 되시는 것입니다. 개혁된 교회의 신자들은 이렇게 ‘언약 관계’ 속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사상이 철저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들을 ‘자기의 것’이기 이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서 영원한 기업을 같이 누리게끔 되어 있는 ‘하나님의 자녀’라고 생각하고, 일체의 신앙 교육에 책임을 지고 삽니다. 자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약의 부모에게서 언약의 자녀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면서, 부모의 가르침과 지도에 순종하는 것을 의무로 여깁니다.
주일 예배시에 부모와 자녀가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은, 이런 차원에서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원을 누리고 경험하고 증대시키는 ‘구속사의 현장’이 되는 것입니다. 주일에 부모 따로 자녀 따로 예배 드리는 생활이어서는, 언약 관계로써 형성된 영적 가족으로서의 일체감을 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들이 말씀을 어떻게 깨달았는지 모를 수밖에 없고, 자녀들 역시 부모가 이해한 말씀의 내용을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말씀에 대한 공통적인 대화를 서로 나눌 수 없습니다. 이런 교회 생활이게 되면, 가족 간의 신앙사상에 혼선 또는 차이가 생기게 되고, 실제 신앙생활에서의 결집력도 약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은 사상으로 말씀을 배우고, 믿고, 순종하면서, 관계와 교제가 형성되는 가정이어야 참으로 깊이 있고 실천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한 가정이 분자를 이루는 곳에서 개혁된 교회의 모습이 계속 나타나는 것입니다.
Comments